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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ews

[펌] 사운드 엔지니어 지망생을 위한 5 가지 조언

Record Factory 대표이자 사운드 엔지니어로 수 많은 수강생들과 함께 사운드 엔지니어 강의를 진행해 온 박종희 대표가,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 엔지니어 지망생들을 위한 5 가지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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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소리,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을 가지자.

사운드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분들이 지나치게 기술지향적 ( 또는 툴 지향적 ) 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사실, 기술과 툴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일 뿐, 기술과 툴만 잘 사용한다고 좋은 사운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사진 작가라고 가정한다면, “좋은 사진” 을 찍기 위해서는 물론 구도, 색채, 조명, 카메라 기술, 후보정까지 다양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 인가” 에 대한 올바른 기준일 것 입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 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혹은 매우 잘못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값비싼 카메라를 갖추었다 할지라도 혼란스러움만 커질 뿐 결코 작가의 마음이 투영되는 사진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도 이와 같습니다. “어떠한 음악이 좋은 음악일까”, “어떠한 소리가 이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좋은 소리일까” 에 대한 기준이 결국 우리가 내리게 되는 모든 판단 ( 예를 들어, 어떠한 마이크와 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할지, 어떠한 프로세싱을 이용할지, 스피커 사이에서 악기 간의 배치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등 ) 을 좌우하게 됩니다. 기술과 툴은 이러한 기준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됩니다.

물론,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이 무엇인가” 라는 기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노이즈와 디스토션이 가득한 매우 자극적인 소리가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에서는 그다지 좋은 소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소리를 바탕으로 뮤지션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음악 장르에서는 분명히 “좋은 음악을 위한 좋은 소리” 로 활용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처럼,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언제나 우리가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으로, 언제나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기술과 툴은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뮤지션의 이야기를 청자에게 가슴 깊이 전달하는 “좋은 음악” 을 어떠한 관점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또한 이러한 좋은 음악을 구현하기 위한 “좋은 소리” 의 기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고민해 나간다면, 훨씬 더 풍부하고 진심어린 이야기를 소리로 전달 할 수 있는 사운드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어떤 상황에 대한 “정답” 보다는 상황을 음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원리” 를 이해하자.

“피아노는 어떻게 녹음해야 소리가 좋나요?”, “보컬에는 컴프레서 세팅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강의를 진행하면서 매우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정답을 드릴 수가 없는 질문입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링에 있어서 어떤 상황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 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최종적인 선택은 “음악적인 상황” 에 따라 매번 다르게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다른 누군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레코딩을 했거나 EQ, 컴프레싱을 했다고 해서 그 방법을 여러분의 음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그 두 음악이 “완전히 똑같은 상황과 목적” 을 가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피아노 레코딩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어떠한 음악에서 “피아노” 라는 악기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피아노가 곡 전체를 이끌어 나가면서 넓게 펼쳐지고 그 위에 다른 악기와 보컬이 자연스럽게 얹히는 상황인지, 다른 악기가 곡을 이끌어 나가면서 피아노는 화성적인 보조만 이루는 상황인지, 또는 콘서트 홀에서 피아노 독주가 펼쳐지는 상황을 1 층 관객석에 앉아서 감상하는 관점인지, 아니면 같은 콘서트 홀에서 펼쳐지는 피아노 독주를 피아니스트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싶은지, 이 모든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악기, 연주법, 마이크 선택, 레코딩 테크닉, EQ 와 컴프레싱, 공간계의 사용이 모두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피아노는 이렇게 녹음한다” 라는 규칙은 애시당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을 음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리” 를 이해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녹음하고자 하는 악기는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떠한 주법에 따라 어떠한 음색이 나오게 되는지, 각 마이크의 성질 및 지향성은 이러한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X-Y, ORTF, NOS, A-B, M/S 등의 마이킹 테크닉은 어떠한 원리로 악기들의 음상을 스피커 사이에 어떻게 그려내는지, 음악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EQ 와 컴프레서는 어떠한 원리로 활용해야 하는지 등, 소리와 음악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의 “근본적인 원리” 를 이해해야만 우리가 기준으로 세웠던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는 물론 단순히 “정답”을 외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정답을 외워서 상황에 적용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반면, 원리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오직 진정한 “사운드 엔지니어” 만이 할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즐기고, 이해하자.

최근 사운드 엔지니어를 지망하는 많은 학생분들이 의외로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결국 음악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매우 중요한 직업인만큼, 누구보다도 음악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사운드 엔지니어를 직업으로 삼는 가장 행복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사운드 엔지니어를 공부하는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몇몇 음악들이 여러 가지 기술적인 측면, 또는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사운드 엔지니어를 공부하는데 좋지 않은 음악” 이란 것은 없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요부터 팝, 재즈, 고전 음악, 국악, EDM 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음악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며, 이러한 음악들 모두 분명히 우리가 새롭게 배워나갈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고, 즐기고, 이해하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음악에 이러한 청취 경험을 창의적으로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사운드 엔지니어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운드 엔지니어를 지망하므로, 공부를 위해서 반드시 음악을 들어야만 해” 라는 강박 관념으로 음악을 접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음악들에 조금씩 더 관심을 기울이며 아티스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범위를 서서히 넓혀 나간다면, 언젠가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일 자체가 삶의 매우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혼자서만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

공부를 마치고 처음 사운드 엔지니어로 필드에서 활동하는 시작하는 많은 분들이, “혼자서”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고 잘못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프로듀서, 작곡가, 연주자, 아티스트 등 수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직종으로, 결코 혼자만의 생각이 언제나 올바른 생각, 좋은 판단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음악은 그 본질 자체가 매우 주관적입니다.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의 기준 자체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모두 다를 수도 있으며, 이러한 경우 사운드 엔지니어는 음악을 만든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특히, 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이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이 중 가장 뛰어나니 나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지” 라는 발상은 협업의 균형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되며, 이러한 생각으로는 그 어떠한 천재 사운드 엔지니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외딴 섬이 아닙니다.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하며 여기에 본인의 주관을 더해나갈 때, 비로소 뛰어난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사운드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 사운드 엔지니어는 프로페셔널이다.

엑셀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회계사는 아니며, 포토샵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을 사진가, 디자이너라고 칭하지는 않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하루에 한 두 시간 프로툴즈나 로직을 다룬다고 해서, 혹은 가끔 마이크로 녹음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야구 선수” 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오늘부터 야구를 시작해서 몇 년 후에 유명 구단에서 야구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만 할까요? 또한, 야구 선수가 된 이후에도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훈련하고 경기를 뛰어야만 할까요? 사운드 엔지니어를 지망하시는 매우 많은 분들이, 사운드 엔지니어를 단순한 사무직종 정도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운드 엔지니어는 완전한 “프로페셔널” 세계이며,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보다도 오히려 그 문이 좁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야구 선수를 목표로 했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야구와 함께 씨름해야 하듯이, 우리가 사운드 엔지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우리의 일상 대부분을 소리, 음악과 함께 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만이 비로소 “사운드 엔지니어” 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페셔널” 세계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력과 실력에 대해 정직한 보상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부자 구단주의 아들이라도 노력하지 않고 실력이 없다면 팀에서 선수로 뛸 수 없듯이, 사운드 엔지니어 역시 타고난 운보다는 노력과 실력에 대해 보상이 따라오게 됩니다. 이러한 정직한 보상이야말로 모든 프로페셔널 세계의 가장 확실한 장점으로, 사운드 엔지니어 지망생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은 반드시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 박종희 대표는 Record Factory 사운드 엔지니어 과정 및 뮤직 프로듀서 과정 강의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