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캡 사운드 에디터 김민정씨
<천년호>(2003)를 시작으로 최근의 <이끼>까지. 6년 동안 총 30여 편의 사운드를 맡은 사운드 스튜디오 블루캡의 김민정(34)씨. 경력만 보면 사운드를 위해 태어난 것 같지만 시작은 평범했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다 “재미가 없어” 그만둔 그녀는 영상원 전문사 사운드 전공에 입학했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고, 연출이나 촬영과는 달리 그나마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사운드 지식이 전무했던 그녀에게 소리는 새로운 재미이자 세계였다. 수업의 일환으로 여러 스튜디오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후, 2004년 여름 스승인 김석원 사장의 제안으로 블루캡에 입사했다. “아직도 여전히 배울 게 많다”는 김민정씨를 블루캡이 있는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만났다.
-대사 에디터라고 들었다. 사운드 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운드에서 기본적 공정이다. 말 그대로 배우 목소리와 관련된 작업을 한다. 나를 포함한 3명이 한 팀인데, ADR작업(후시녹음)을 주로 한다. 배우와 함께 대사를 녹음하고, 녹음한 대사를 화면 속 배우의 입에 맞추는 과정이다.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폴리(Foley)나 사운드 이펙트(Sound Effect)와 다르다.
-웬만하면 현장에서 소리를 최대한 녹음해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후시녹음을 아무리 잘해도 현장 분위기까지 재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장 여건상 동시녹음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카메라를 동시에 여러 대 사용하거나 로케이션 촬영이 많을 때다. 무엇보다 대사의 느낌을 섬세하게 살려야 하는 부분은 후시녹음을 한다.
-사운드 작업은 어떤 순서로 하는가.
=편집본이 넘어오면 모두 모여 사운드의 큰 그림을 그린다. 정한 방향에 따라 팀별로 작업을 시작한다. 대사 파트는 동시녹음을 쓸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배우 후시녹음을 진행하고, 효과음 등을 만드는 엠비언스(ambiance) 파트는 어떤 효과를 구성할지 구상하고, 폴리 파트는 필요한 소리를 체크해 만든다. 팀장이 각 파트의 진행 결과를 가공하고 취합한다. 최종적으로 감독의 컨펌을 받는다. 이 모든 공정이 한 달 정도 걸린다.
-한 달 만에 다 한다고? 시간이 빠듯해 보인다.
=한 달도 빠듯하다. 한 달에 두 작품이 들어가면 바빠진다. 한 달에 3~4작품씩 할 때도 있다. 그때는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철야작업을 한다.
-정말 즐기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각 파트에서 작업한 소리가 하나로 모아졌을 때다. 서로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대사팀에서 이건 이렇게 하겠지, 폴리팀에서 저건 저렇게 하겠지’ 예상하면서 작업한 게 맞아떨어졌을 때 아주 기분 좋다. 또 내 의견이 반영될 때 보람을 느낀다.
-일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
=영화의 모든 포지션이 그렇듯 사운드 역시 경제적으로 힘들다. 최근 1~2년 사이 많은 사운드 스탭이 영화판을 떠났고, 스튜디오 역시 힘들어졌다. 이 일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운드 작업을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노하우라고 하니 창피하다. 아직 경력이 5년밖에 안 됐는데. (웃음) 굳이 꼽자면 기술적인 것보다 영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영화인지 잘 파악해서 어떤 종류의 소리가 들어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아직도 소리 톤 하나 가지고 헤매면 사장님이 “영화를 보라고, 영화를” 하신다.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 사운드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꼽으면.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로커>다. 영상원 사운드 전공 선후배들과 봤는데, 사운드가 극을 강조하는 점이 좋더라. 사운드는 영화 공정의 마지막 작업이다. 그림이 잘 안 나오면 사운드가 의도적으로 강조해주는데, <허트로커>의 사운드는 강조하는 의도가 확실하게 잘 묻어나더라.
-사운드 일을 하려는 후배에게 조언을 하면.
=인터뷰 한다고 하니까 팀장들이 ‘이 일은 힘드니까 절대 하지 말라고 해’ 했다. (웃음)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사운드 작업을 하고 싶으면 굳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스튜디오를 찾아가서 ‘이 일을 꼭 하고 싶다’고 하면 일하게 해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지 체크하면 된다.
-개인적 계획이 있다면.
=지금 작업 중인 <이끼>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을 해야지. 바쁘게 일하다보니 개인적 고민은 안 하게 되더라. 올해는 나 스스로를 한번 되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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